현미밥을 주의해야 하는 사람들, 알면 대책이 생깁니다.

현미밥을 주의해야 하는 사람들, 알면 대책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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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안녕하십니까, 이재성입니다.
지난 시간, 네이버 오디오클립 식탁보감 제 59회에서는
현미밥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알려드렸습니다.

그런데 현미밥을 먹을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걸 잊으시면 안됩니다.

소화에 부담?

우선 현미는 까칠합니다.
섬유질로 이루어진 누런 속껍질에 한번 싸여져 있기 때문에
백미처럼 입에서 살살 녹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대충 씹어넘기면요,
소화력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현미밥은요,
입에서 가루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최소 30번은 씹어주세요.
여유가 있는 분은 100번까지.
그러면 소화 잘 됩니다.

당뇨인에게 좋아요

근데요, 입에서 살살 녹지 않는 것,
이게 단점인 듯 하지만
사실은 장점이기도 해요.

천천히 먹게 되고
또 뱃속에 들어가도
금방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혈당이 천천히 올라갑니다.

그래서 당뇨 환자들에게는
흰쌀밥보다 현미밥이 훨씬 더 좋은 겁니다.

피틴산이 정말 문제일까?

현미의 부정적인 측면을 얘기할 때
항상 나오는 주제가 있어요.

현미의 속껍질에는 피틴산이 들어있어서
이게 철분, 칼슘 등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말입니다.

자, 이 피틴산이요,
이건 현미에만 있는 건 아니고
거의 대부분의 씨앗과 곡류의 껍질에 들어있습니다.

콩, 보리, 밀에도 들어 있고,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
또 호박씨, 해바라기씨,
그리고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참깨에도 들어있습니다.

피틴산은 씨앗이 뭉개지지 않게 감싸주는
외장재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산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식물에게 있어 씨앗은
자신을 세상에 퍼트리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썩어 문드러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하기에
씨앗의 껍질에 피틴산이 있는 겁니다.

근데 사람은 잡식동물이잖아요.
사람은 이런 걸 먹으면서도
해를 입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유익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습니다.

사람은 피틴산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필요에 따라 피틴산을 쪼개서 소화시키기도 하고
또는 남겨두기도 하면서 피틴산을 써습니다.

피틴산이 분해되면 이노시톨이 되는데요
이노시톨은 세포가 혈당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만드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론 소화기가 썩 좋지 않은 사람들은
피틴산을 제대로 못쓸 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 경우는
현미의 피틴산이 문제가 아니라
몸이 문제인 거 아니겠습니까.

현미가 독이라니요.

피틴산의 분해

피틴산은 위장, 소장, 그리고 대장에서 쪼개집니다.

위장에서는 강력한 위산이 분비되고요,
또 소장의 점막에서도 피틴산 분해효소(phytase)가 나옵니다.

위장과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은 피틴산은
대장에 있는 균들이 분해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장에 있는 비피도 박테리아 중에는
피틴산 분해효소를 만들어내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동물마다 좀 달라요.
돼지의 대장에는 피틴산을 분해하는 균이 많다고 하고요,
근데 닭의 내장에는 그런 미생물이 없다네요?
쥐는 어떤지 모르겠어요.
피틴산 먹인 쥐에게 미네랄 결핍이 나타났다는 얘기가 있어요.
그래서 사람도 피틴산을 먹으면 미네랄 결핍이 생길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쥐하고 사람이 같지는 않죠.

최근에는 피틴산이 항암효과를 낸다는 논문도 나왔어요.

어느 한 가지 면만 가지고
피틴산을 마치 독처럼 얘기하는 것은 착각입니다.

현미가 힘든 사람들

자, 그러면 현미를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몸이 더 안좋아지는 것 같다는 분들은
어떤 분들일까요?

첫째, 잘 씹어먹지 않고 밥을 급히 먹는 분들.
둘째, 소화 기능이 약한 분들.
셋째, 장내에 유익한 균들이 별로 없는 분들입니다.

현미밥을 주의해야 하는 분들, 더 구체적으로 알려드릴께요.

어린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의 장내 미생물은
그 종류가 다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장내미생물은 다양하게 먹을 수록 다양해집니다.
근데 아이들은 골고루 먹지 않는 경우가 많고
채소도 싫어하는 경우가 많아서
장안에 다양한 미생물이 없을 수도 있어요.
특히 어려서부터 잔병치레하면서 항생제를 많이 썼던 애들은 더 그럴 수 있어요.

항생제 많이 쓴 사람들?

광범위 항생제는요,
장내 세균 숲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과 비슷해요. 좋은 균, 나쁜 균 가리지 않고 죽입니다.
그래서 항생제 쓰고 나면
유익한 균까지 싹 다 죽어서
장이 약해지고 면역력도 떨어지고 설사도 잘 하게 되는 거랍니다.

방광염이나 질염이 자주 생기는 여성들, 항생제 먹을 일이 많죠?
항생제 자주 먹는 분들은 장내 미생물의 숫자나 다양성이 떨어집니다.

숲이 파괴되는 건 금방인데
새로 만들어지는 건 시간이 걸립니다.

소화력 진짜 떨어진 분들

위산 분비가 잘 안 되고, 소화 잘 안되는 분들은
꼭 현미밥을 고집하지는 마세요.

특히 노인들은 위산이 과다한 경우보다는
위장 점막이 위축되어서 저산증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현미 먹으면 더부룩하고 답답해질 수 있어요.
그냥 흰쌀밥 드시고요, 대신 쌀의 씨눈을 사셔서 밥에다 따로 넣어 드셔도 좋습니다.

빈혈 있는 여학생들

철결핍성 빈혈이 생기는 여학생들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학생들은 생리양이 많은 경우가 있습니다.
생리 때 출혈이 많으면
그것 때문에 몸에 철분이 부족해지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빈혈이 생기죠.
게다가 다이어트 하느라 제대로 먹고 다니지도 않는 여학생들.

이럴 때는 행여나
현미의 피틴산이 철분 흡수를
조금이라도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
굳이 현미는 먹지 말아보기에요.

자 이런 분들을 제외하고,
소화력이 좋은 성인들은
흰쌀밥 말고 현미를 선택하세요.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랍니다.
뭐가 좋은지는 지난 시간, 식탁보감 제 59회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역류성 식도염 시리즈 4탄은 계속 글 준비 중입니다. 겨를이 생기는대로 곧 글 올릴께요. 기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