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위스키 시장의 희망이 되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위스키 시장의 희망이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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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오늘은 술 얘기를 좀 해볼께요.

2002년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에요,
한국 사람들은 고급 위스키라면 돈 쓰는데 거리낌이 없다면서
‘한국은 전 세계 위스키 시장의 희망’이라는 기사가 났었다고 합니다.

한국이 위스키의 희망이다.. 이거 별로..

비행기 타면 좌석에 기내면세품 책자가 있잖아요?
그거보면 초반부터 술이 쫙 나옵니다. 남자는 술, 여자는 화장품.

근데 외국 비행기 타보면요,
그 책에서 술이 차지하는 페이지, 얼마 안됩니다.
우리나라는 어쩌다 이리 술을 좋아하게 되었을까요?

술 광고에 대해서 너무 관대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소주병과 소수 광고판에는 여자들 사진이 막 붙어있고요,
TV에서는 맥주 마시고 캬 하는 광고가 막 나오고.

우리나라는 담배 광고는 못하게 하잖아요?
국민 보건을 위해서.
TV에서 담배 피는 장면 나오면 막 모자이크 처리하고요.
근데 술 광고는 막 나오더라고요.

술 회사들은 말이에요,
요즘에는 사람들이 독한 술을 피하니까
위스키를 도수를 낮추고요,
소주도 도수를 낮춰서 약한 술을 많이 만들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은 부담없이 더 먹더라구요.

술에 넣는 주정, 에탄올이죠,
그 원료비는 분명 줄었을 것이고,
근데 술이 순하니까 양은 더 많이 먹게 되고
이거 정말, 대단한 판매전략입니다.

미국의 로저 모리스라고 하는 한 술 전문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한국은 가격이 비싸고 도수도 높은 위스키와
가격이 싸고 도수가 낮은 위스키도
동시에 잘 팔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시장”이다.

위스키 회사들에게 희망이 되는 나라. 거참..

하여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쉽게 술을 팔고 사는 곳도,
또 심야 술집이 번성한 곳도 없습니다.

호주에서는요, 슈퍼나 편의점에서는 술을 살 수가 없고요,
술파는 상점이 따로 있는데요, 저녁이 되면 문을 일찍 닫습니다. 아마 법이 그럴 겁니다.

나라마다 보건정책이 좀 다르기는 한데요,
우리나라 복지부에서도 좀 고려해봤으면 합니다.

근데 식당이나 술집 하시는 분들은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셔야 또 살림이 나아지니까..
거참.. 모르겠습니다.

자, 송년회 시즌입니다.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는 것, 이거 물론 즐거운 일이죠.
그러나 과음을 하거나, 억지술을 마신다면 마음이 불쾌한 것은 물론이고, 몸도 망가집니다.

우리나라 술 문화 중에, 원샷하기, 파도타기, 돌려 마시기, 폭탄주, 2차 3차 가기..
이런 거 아주 독특한 문화인데요, 건강에는 정말 나쁜 문화입니다.

한 연구 기관에서 조사한 한국인의 음주실태를 보면요,
술을 마시는 사람들 3명 중에 1명은 일주일에 3번 이상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근데, 얼마나 자주 마시는가보다.. 더 심각한 것은, 얼마나 많이 마시는가입니다.

알콜섭취량을.. 소주를 기준으로 할 때 말이죠,
우리나라 인구 1인당 1주일에 소주 2병 정도를 마시는게 평균이라고 합니다.
술 안마시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계산하면, 음주자 1인당으로는 1주일에 소주를 서 너병 정도 마시는 셈이 됩니다.
이건 분명히 과한 겁니다. 대한민국 정신차려야 돼요.

일주일에 서너번씩 정신이 알딸딸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지금 건강을 해칠 정도로 과음하는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알콜불감증에 빠져 있는 거고요,
이러면 이거 알콜 중독입니다.

꼭 성격파탄나고 미쳐날뛰어야만 중독이 아니고요,
자꾸만 술 생각이 난다.. 이 정도도 이미 알콜의존증인 겁니다.

어떤 사람이 술 마시고 다음날 떡이 되는 바람에 출근을 못하면요,
미국인들은 절반이상이 “그 사람은 알코올중독자다”라고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죠.
술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한 것이 과연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주량이 센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죠. 이런 분들이 위험합니다.
자신을 과신하고 과음을 일삼기 때문입니다.
술은 마시면 마실수록 주량이 늘어납니다.
간장이 알콜을 처리하는 실력이 좀 단련되는 건데요,
그러나 잦은 과음은 결국 간장을 뻗어버리게 만듭니다.

간장은 뚝심이 있는 장기입니다.
고장이 나고 수치가 나빠져도 ‘좀 피곤하다’ 싶을 뿐이지 어디가 아프거나 그러지를 않아요.
아프지 않으니까 계속 술을 먹다가
나중에는 “간경화다, 간암이다” 이런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때 되면 아무리 용을 써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주량이 늘어가는 사이에 간장은 지쳐 죽어갑니다.

우리나라 술병에는
지나친 음주는 간경화나 간암을 일으킨다는 경고문이 반드시 적혀있습니다. 작은 글씨라고 해서 결코 무시할 만한 말이 아닙니다.
어디 간 뿐인가요, 위염, 위궤양, 위암으로도 향합니다.
스티브 잡스를 죽게 만든 췌장암, 그것도 술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생깁니다.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과음을 자주하면 뇌조직을 위축시켜서 인격장애와 치매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비즈니스 때문에 술을 마셔야만 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요, 술을 안먹을 수 없다해도
적게 먹을 수는 있습니다.

술자리 갈 때
자기가 술을 얼만큼 마실 건지 미리 정하고 들어가세요.
그리고 정신줄을 꽉 잡으세요.
조금만 마시자. 딱 석 잔만 마시자. 말려들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