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나물 만들기 전에, 반드시 독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고사리 나물 만들기 전에, 반드시 독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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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오늘은 고사리를 준비할 때 꼭 알아야 할 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자, 우선 생고사리를 먹었다가는 큰 일 난다는 것을 꼭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물론 먹자마자 급성 중독을 일으키지는 않아요.
물론 먹는다고 금방 큰 일이 나지는 않지요. 쫄지는 마세요.

이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ㄴ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261/clips/25

남자가 고사리 먹으면 정력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요,
직접적으로 정력이라기보다는요,
기운이 빠지는 겁니다.
기운이 없으니 그 생각도 안나는 거죠.

동의보감에 보면요,
고사리를 먹으면 잠을 잘 자고, 열 날 때 먹으면 열이 떨어지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고사리를 오래 먹으면 양기가 소모되고 다리가 약해져서 걷지 못하게 된다는 말도 나와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하여간 고사리 오래 먹은 사람에게서 이런 일이 분명 나타났었으니까
그게 책에까지 실린 거 아니겠습니까?

어휴, 고사리 먹으면 안되겠네..
이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오늘 제 얘기는 꼭 끝까지 들어셔야 합니다.

고사리는 식물치고는 단백질이 많아서
산에서 나는 소고기라고도 할만합니다.
칼슘이 풍부해서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섬유질이 많아서 변비에도 좋구요,
머리가 열 받는 사람들이 먹으면 열을 내리고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그래서 사찰음식으로 애용되는 거지요.

다만 꼭 알아야 하는 것은
고사리는 음식으로 만들기 전에 반드시 사전처리를 잘 해야 합니다.
왜냐면 고사리에 독성 물질, 발암 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고사리에는 비타민B1을 분해시키는 치아미네이즈(thiaminase)라는 성분이 있어요.
비타민 B1은 치아민이라고도 하는데요, 탄수화물이 에너지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기운이 없어지고요,
결핍이 심각하면 근육에 힘이 풀려서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생고사리에는 바로 이 비타민 B1을 분해시켜버리는 효소, 즉 치아미네이즈가 들어있어요.
그래서 생고사리나 제대로 처리를 하지 않은 고사리를 먹으면 비타민 B1 결핍이 생길 수 있어요.
이게 바로 고사리 먹으면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력이 떨어진다는 소문의 실체입니다.

뿐만 아니라 고사리에는 프타퀼로사이드(ptaquiloside)라는 발암물질도 들어있습니다.

어휴 무시무시하죠. 그래서 고사리 괴담까지 나오게 된 건데요,
자, 이제부터 잘 들으세요.

안심하고 고사리 먹으려면

고사리를 사전처리를 잘 하고 먹으면 문제 없습니다.
우선 물에다 푹 담궈둬야 하구요, 그리고 푹 익히면 독성물질들이 제거됩니다.

그럼 얼마나 담그고, 얼마나 익혀야 되나?
할머니 때부터 내려오던 노하우가 있을텐데요,
그게 저마다 다 달라요.

어르신들한테 물어봤어요.
고사리를 물에 얼마나 담궈두세요? 하니까
그냥 퉁퉁 불을 때까지 담궈두지? 이러십니다.

고사리 뭐 그까이거 그냥 대충 팅팅부을 때까지 불리면 되는 거지 뭐…
이게 뭡니까.

반나절 담궈놓는 집도 있고, 밤새 담궈놓는 집도 있고,
도대체 기준이 없지요.

그래서 제가 논문을 좀 뒤져봤습니다.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올해 2017년에
한국 식품위생 안전성 학회지에
고사리의 독성물질인 프타퀼로사이드 제거방법에 대해서 발표한 논문이 있습니다.

고사리를 끓는 물에 1분, 3분, 5분, 그리고 10분 가열해봤는데,
가열 시간이 길 수록 독성물질이 점점 더 없어답니다.
즉, 오래 가열할 수록 좋다는 말이죠.

5분을 가열했을 때는 독성물질이 한 60%가 제거되었는데요,
이것을 물에 푹 담궈놔봤습니다.
1시간, 3시간, 6시간, 그리고 12시간 동안 담궈놓으면서 독성물질이 얼마나 제거되는가 봤더니
역시 오래 담궈둘 수록 많이 제거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물에 주구장창 담궈둔 것보다
중간중간 물을 갈아줬더니 독성물질이 훨씬 더 잘 제거되었더랍니다.

상식적으로 그럴 법한 것을
실험을 통해서 확인한 거지요. 이런 실험 참 좋습니다.

여러분 마트나 시장에 가면요,
고사리 말린 걸 팔기도 하고,
또 아예 삶아놓은 고사리를 팔기도 하죠?

물에 불려먹을 시간 없다고 삶은 고사리를 사서는
그걸 그냥 바로 볶아서 나물 만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분 그게 물에 얼마나 담궈불려뒀던 것인지,
또는 삶아서 말린 건지, 그냥 말린 건지 알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고사리를 사면
그냥 처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야 안전합니다.

첫째, 우선 끓는 물에 삶으세요. 최소 10분이고요, 안전하게는 30분까지.

그다음 둘째, 물에 푹 담궈두세요. 최소 12시간.
그리고 셋째, 중간중간 물을 여러번 갈아주세요.

그리고 나서 볶아서 나물로 만들 건,
육개장에 넣건 하시면
고사리를 안전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만약 미리 삶거나 담궈두지도 않았던 고사리를
그냥 바로 육개장에 넣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자칫 독소 우러난 국을 먹는 걸 수도 있는 겁니다.
한 번이야 괜찮겠지만 계속 먹으면 문제 되겠지요?

이런 지식은 전국민이 꼭 알아야 하겠습니다. 널리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