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횟집, 고깃집에서 만나는 와사비의 비밀

여름철 횟집, 고깃집에서 만나는 와사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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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오늘은 와사비에 대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래 동영상으로 봐주시고요,
글 원고가 좋으신 분은 아래에 원고가 있으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와사비가 고추냉이?

자 근데,
“와사비가 뭐냐, 와사비는 일본말이잖아, 고추냉이라고 해야지!”
라고 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이 얘기부터 잠깐 할께요.

와사비는 일본이 원산지인 식물입니다.
이걸 고추냉이라고 부르는 게 더 이상해요.
와사비는 식물학적으로 고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식물이고 냉이와는 더더욱 상관이 없습니다.

이 식물의 학명은 Wasabia japonica Matsum 입니다.
본래 이름이 와사비에요.

우리가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와사비 대신 부를 수 있는, 뭐 좀 순화된 말이 없을까 하다가 고추냉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방송에서도 출연자가 와사비라고 말하면 자막처리할 때 고추냉이로 적던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뭐 굳이 그래야만 할까 싶습니다.

아보카도, 브로콜리 뭐 이런 채소를 굳이 우리말로 바꿔 부르지 않듯이,
와사비도 그냥 쿨하게.

뭐 우리가 아베 총리를 아베라고 부르고,
오사카를 그냥 오사카라고 하듯이
와사비도 본래 이름으로, 저는 그렇게 할께요.

초밥에 쓴 이유

자, 이 와사비를 초밥에 쓰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초밥이 상하지 말라고 쓰게 된 거에요.

일본사람들이 생선초밥을 만들어먹은 역사가 꽤 되죠. 냉장고 없던 시절부터.

밥알에 초친 다음에 뭉치고 그 위에 회를 올려놓은 게 초밥인데
그걸 상온에 그냥 놔두면 상하기가 쉽죠.

근데 밥과 생선 사이에 와사비를 발라놨더니 잘 안 상하더라. 그걸 발견한 겁니다.

상하게 만드는 것이 뭔가요, 세균이죠.
와사비는 세균이 증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항균 작용이 있었던 겁니다.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향신료를 쓴 목적은
음식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후추, 정향, 계피, 생강, 마늘… 뭐 이런 것들이 다 항균작용이 있습니다.

시니그린

와사비는 뿌리를 쓰는 건데요,
뿌리에 시니그린(sinigrin)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고추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
와사비의 매운 맛은 시니그린,
알아두면 쓸만한 지식입니다.

매운 고추를 먹으면 막 불이 나지만,
와사비를 먹으면 코가 뻥 뚫리면서 시원해지지요.
고추는 뜨거운 매운 맛, 와사비는 시원한 매운 맛입니다.

와사비를 강판에 갈면 미로시네이즈(myrosinase)라는 효소가 활성화됩니다.
이 효소가 시니그린 성분을 분해시키면
알릴-이소치오-시아네이트(Allylisothiocyanate)라는 휘발성 성분이 만들어져요.

이 휘발성 성분이 입으로 들어오면 위로 쫙 올라갑니다.
코끝을 찡하게 한 뒤에 정수리까지 그 느낌이 올라가죠. 이게 묘한 쾌감이 있어요.

항균작용

와사비의 진정한 효능은 항균 작용입니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대장균,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에 항균 효과가 있고요,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항균 효과만 따지면 마늘보다 수십배 우수하다는 연구보고도 있습니다.

똑같이 횟집에 와서 회나 조개류를 먹었는데 어떤 사람은 탈이 나고 어떤 사람은 안나죠?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와사비를 잘 발라먹었는가, 아닌가,
이런 차이도 있을 겁니다.

와사비가 꼭 횟집, 초밥집에서만 기특한 게 아니고요, 고깃집에서도 쓸 만합니다.
여름에는 고기에서도 식중독균이 증식하기 쉽죠. 고기를 덜 익혀 먹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이때도 와사비를 발라서 드시면 좋습니다.

서양에서도 이런 걸 먹어요. 그 이름은 호스래디쉬(horseradish)입니다.
래디쉬는 무죠. 근데 호스래디쉬라고 한거 보니까 뭔가 좀 쎈 무라는 뜻 같습니다. 연어나 스테이크 요리에 나오기도 하는 소스인데요, 꼭 무 갈아놓은 것처럼 흰색의 소스입니다.
제가 프라하에서 한 음식점에 갔을 때 고기 요리와 함께 이 호스래디쉬 소스가 나왔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고기를 푹 찍어먹었다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이게 와사비하고 맛이 똑같아요.

또 스테이크에 겨자 소스가 나오는 경우도 많지요?
와사비, 겨자, 무, 배추, 브로콜리, 양배추, 뭐 이런 채소들이 사실은 다 과가 같아요. 겨자화과, 다른 말로 십자화과에 속하는 식물들입니다.
왜 무가 어떤 무는 되게 맵잖아요? 그 매운 맛이 와사비의 매운 맛과 성분이 같은 거에요.

알 건 모르건, 항균 효과가 있어서 초밥에다가 무순도 얹는 거고, 스테이크에 겨자 소스도 쓰는 거랍니다. 와사비 쓰는 것처럼요.

와사비 제품들

자, 제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와사비 제품을 한 번 조사해봤어요.

국산 제품 중에 “연와사비”라고 써있는 제품이 있어서 성분표를 보니
와사비로만 만들어진 건 아니더군요.
와사비분말이 19% 들어있고, D-소르비톨이라고 하는 감미료도 들어있네요.
물, 와사비 다음으로 가장 많이 들어간 것이 D-솔비톨이라니, 거참.
와사비 맛이 워낙 쎄니까 좀 달달한 것을 첨가한 거죠.
그리고 와사비의 녹색 빛깔을 만들기 위해서 합성색소도 넣었네요.

일본에서 수입된 와사비 제품을 보니 D-소르비톨이 전체 성분 중 27%나 되는군요.
와사비는 9.5%에 서양와사비가 9.2% 들었네요. 서양와사비가 아까 말했던 호스래디쉬일 겁니다.
일본산 제품에도 합성향료와 합성색소가 들어있네요.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와사비는 주로 와사비 가루를 가지고 만든 거라서
쭉 짜면 곱게 나옵니다.

근데 일식집에 가면 입자가 굵은 생와사비가 나오죠? 좀 다릅니다.

주로 업소에서 사용되는 생와사비 제품도 조사해봤습니다. 이런 건 생와사비의 함량이 60%가 넘어가니 그래도 좀 와사비답네요. 하지만 역시 감미료나 색소가 들어있네요. 와사비의 색깔이 녹색이긴 하지만요, 실제로 갈면 그렇게 녹색은 아니에요. 근데 시중에 나오는 와사비 제품들은 녹색이죠. 그게 다 색소를 써서 그런 거에요.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텐데 왜들 그렇게 색소를 쓰는지, 좀 아쉽네요.

얼마전에 “미운우리새끼”라는 프로그램에서 이상민씨가 일본 여행을 간 장면이 나왔었는데요,
포장마차에서 고기를 먹다가 와사비를 갈아먹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자기가 마트에서 샀던 생와사비를 꺼내서
즉석에서 강판에 갈아서 고기에 발라 먹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이야, 이거 제대로 한 거죠.

아래 동영상에 그 장면이 나옵니다.

자 하여간 회, 초밥, 고기 등 좀 염려가 되는 음식을 먹을 때는 와사비를 발라 먹어보세요. 배탈을 예방하는데 분명 도움이 됩니다.

생와사비를 먹을 때는 간장에 풀어서 먹지 마시고요,
회나 고기에 발라서 먹는 것이 더 맛있습니다. 그렇게 한 번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