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인가요? 결심이 필요한 이유

당뇨인가요? 결심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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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돌아가신 저희 아버지께서는 30대에 당뇨병을 마주하셨습니다. 젊은 시절 술을 즐기셨기에 젊은 시절부터 찾아온 고약한 질환이었죠.

저희 아버지는 당뇨병을 정말 철저히 관리하셨습니다. 제가 중학생이 되던 때는 80년대 초반이었는데 그때부터는 아버지가 당뇨와 어떻게 싸우셨는지에 대한 기억이 더 또렷합니다.

저희집은 종로에 있었는데 방학이 되면 아버지는 남산에 같이 가자며 매일 새벽 우리를 깨우셨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괴로웠었습니다. 늦잠 좀 자고 싶었건만. 아버지는 매일 새벽 종로에서 남산까지 뛰어다니셨습니다. 그리고 삼시세끼마다 식후 30분이 되면 반드시 산보를 하셨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저희 아버지 묘석의 사진입니다. 묘석의 문구는 “저울에 밥 달아드시던…”으로 시작합니다. 아버지의 철저한 자기관리를 자식들이 기억하기 위해 새긴 글입니다.

밥은 늘 보리밥으로 드셨었고 그 보리밥마저도 과식하지 않기 위해서 저울에 달아서 드셨습니다. 단 음식을 철저하게 피하셨고, 과일도 삼가셨습니다.

아래 사진에 있는 저울이 바로 저희 아버지께서 쓰시던 천칭 저울입니다. 먼지가 꼬질꼬질 묻어있지만 일부러 털지 않고 있는, 제가 가장 아끼는 유품입니다.

아버지가 쓰시던 아령입니다. 요즘 이런 쇳덩이는 없죠. 집에 계실 때도 수시로 들고 운동하셨습니다.

30대부터 일찍 시작되었던 아버지의 당뇨병은, 40대 후반부터 아버지가 나름 열심히 관리하셨지만, 이미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만 하는 정도로 진행된 때였습니다. 사실 당뇨병 약은 당뇨를 치료하는 약이라기보다는 당뇨병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되도록 하는 약일 뿐입니다. 이미 당뇨가 생긴지 오래된 경우는 당뇨가 완치되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당뇨병은 그 합병증이

무서운 병입니다.

신경이 손상되면 팔다리의 감각이 무뎌지고 특히 발의 감각이 무뎌지면 뜨거운 물에 데는 줄 모르고 데기도 합니다. 발에 화상을 입으면 회복이 되지 않아 다리를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구요. 그게 바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당뇨병성 족부병변입니다.

신장(콩팥)이 고장나면 신부전증이 생겨 평생 투석을 하며 살아야 하기도 합니다. 눈의 망막이 고장나면 실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당뇨병성 망막증이라고 합니다. 고지혈증고혈압이 동반되기 쉽고, 혈관 내막에 염증과 동맥경화가 생겨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이 찾아오기 쉽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50년 가까이 당뇨병을 앓으셨고, 40년 가까이 인슐린 주사를 맞으셨지만, 그래도 참 잘 관리하셨습니다. 아버지보다 늦게 당뇨가 생겼던 아버지의 친구분은 당뇨병성 족부병변으로 끝내 다리를 절단해야 하셨고, 눈은 거의 실명 상태로 가셨고, 결국 일찍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여든이 넘으실 때까지도 여전히 삼시세끼 후에는 산보를 다니셨고, 인터넷으로 주식시세를 파악하실 정도로 건강하셨었습니다.

아버지는 나름 철저하게 당뇨병을 관리하셨었지만, 아들이 박사여도 아들의 조언은 종종 무시될 때가 많아 안타까울 때가 있긴 했습니다.

혈액 중 고인슐린은

혈관 내벽을 두껍게 만듭니다

당뇨병이 가장 무서운 이유는 혈관 내벽을 두껍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혈액 속에 인슐린이 높은 농도로 존재하면 혈관 내벽이 뚱뚱해집니다. 그에 따라 혈관이 좁아지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혈액 중 인슐린 농도는 높아지게 마련이고, 인슐린이 말을 잘 안들으니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해집니다. 인슐린 주사의 단위수가 높아지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혈관은 인슐린에 속수무책이 됩니다. 저항할 수가 없거든요.

결국 오랫동안 인슐린을 맞아온 아버지의 혈관은 노화되었고, 뇌에 아주 작은 혈관이 막혀 입원을 하셨던 일도 생기고, 심장에 스텐트를 몇 차례 했었고, 한 번은 큰 혈관이 막혀서 다리의 혈관을 떼내어 막혔던 심장의 혈관을 대체하는 큰 수술도 받으셨었습니다. 결국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뇨병에 대한 경각심이 큽니다. 친척 아저씨들 중 당뇨병과 심장혈관질환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기에 더더욱 경각심을 갖습니다.

당뇨병을 무시하지 않기를

당뇨병은 그 자체로는 막 아픈 병이 아닙니다. 건강검진에서 혈당치가 좀 높게 나와도 아프지는 않기에 무시하기도 합니다. 그냥 좀 기운이 없기는 합니다.

당뇨병은 행진합니다.
탈출하세요.

당뇨병은 소리 없이 계속 행진합니다. 고지혈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혈관의 노화와 맞물려 동맥경화가 옵니다. 심장혈관, 뇌혈관이 막히면 급사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그래서 당뇨를 침묵의 살인자라고 합니다.

만약 이제 당뇨 초기라는 얘기를 들은 상황이라면 노력 여하에 따라 약을 끊고 당뇨에서 탈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계속 방치하거나, 생활은 고치지 않고 단지 약에만 의존하면 당뇨 행진이 더 빨라지고 그만큼 일찍 가게 됩니다.

내일은 당뇨병 식이요법 핵심정리를 해드릴께요. 우리 꼭 즐겁게 실천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