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분만하더라도 아기에게 질내유산균을 선물하는 비법은?

제왕절개 분만하더라도 아기에게 질내유산균을 선물하는 비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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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이전 글에서 새끼 코알라가 엄마의 대변을 먹는 이유, 그리고 사람 아기는 자연분만 과정을 통해 무엇을 먹게 되는지 에 관한 이야기를 드렸었지요. 이 내용을 아직 못보신 분들은 위 링크를 한 번 클릭해보세요.

자연분만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엄마의 질내세균을 물려받으면서 태어나게 됩니다. 그 세균들은 아기의 장에 처음으로 장착되는 미생물이며 그 세균들을 시작으로 아기의 미생물 생태계 숲이 시작된답니다. 유산균(락토바실러스)은 아기가 엄마의 모유를 소화시키고 면역계통을 훈련시키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생(共生) 생명체입니다.

유산균

과거에는 이런 미생물에 대한 중요성이나 자연분만의 중요성이 그닥 많이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DNA 염기서열분석 기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균의 존재감과 유익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많아졌습니다.

아기가 질을 통과하면서 출생할 때는 엄마의 질내 유산균(락토바실러스)이 아기 장내로 들어와 정착하게 되지만, 제왕절개를 통해 나오게 되면 엄마의 피부에 살고있던 세균을 처음으로 물려받게 된답니다.

그 결과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의 장내미생물의 조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이 아토피, 천식, 비만 등의 문제점이 더 잘 생기는 이유는 장내미생물의 조성과 연관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게 되는 경우는 아이에게 유산균을 전달해주지 못해서 속상해집니다. 누군 제왕절개로 낳고 싶어서 낳겠습니까… 그래서 사람들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의 질 분비물을 묻혀주면 되지 않겠니?’

참 괜찮은 아이디어죠? 학자들은 이 아이디어를 검증했고 최근 2016년 3월, 권위있는 과학잡지인 네이쳐 메디신에 이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따끈따끈한 이 논문의 제목은 “Partial restoration of the microbiota of cesarean-born infants via vaginal microbial transfer.

nature_medicine

연구자들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엄마의 질세균 전달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1개월 지난 뒤, 입, 피부, 항문의 세균 조성을 분석해봤더니 자연분만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과 비슷하게 나타났답니다. 질세균 전달을 해주지 않았던 제왕절개 출생아이들은 그렇지 않았고요.

이 연구를 주도했던 롭 나이트 교수도 자신의 딸이 태어날 때 어쩔 수 없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야만 했대요. 그래서 엄마의 질 유산균을 아이에게 전달해주기 위한 행동을 손수 했다고 합니다. 그 덕에 자기 딸은 크는 동안 중이염에 걸리지 않은 것 같다고 간증하고 있네요.

rob_kight

그럼, 질세균 전달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가장 쉽게, 아주 원시적으로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 손가락을 엄마의 질 속으로 넣어 분비물을 묻힌 뒤 아이의 입술, 얼굴, 피부에 발라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남편이 해주지 않는 한… 여러 면에서 좀 어렵죠. 아니면 간호사에게 부탁을 해볼 수도 있을텐데, 현장에서 의료진이 얼마나 받아들여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위 연구에서 사용되었던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1. 제왕절개 수술 들어가기 1시간 전에, 소독된 거즈를 멸균 생리식염수로 적신 뒤, 산모의 질 속에 넣어둡니다.
2. 수술 들어가기 바로 전 거즈를 꺼내어 소독된 용기에 담아 닫아두고 수술실 한 켠, 같은 온도에서 보관해둡니다.
3. 아이가 태어나면 1분 이내에 거즈를 아이에게 묻혀줍니다. 입술로부터 시작해서 얼굴, 가슴, 팔, 다리, 성기와 항문 부근, 마지막으로 등까지 묻혀줍니다. 쓱쓱 바르는데 걸리는 시간은 15초.


이미지출처=http://www.nature.com 

이토록 간단한 처치를 통해 아이의 세균숲이 건강하게 시작될 수 있습니다. 출생 후 단 한 번 엄마의 질 분비물을 묻혀줬을 뿐인데, 아이의 세균숲이 자연분만한 아이와 비슷해진다니, 그렇다면 이것을 해볼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

산부인과에서 이걸 해줄까?

이런 지식이 점점 더 알려지게 될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를 해야 하고 일정이 잡힌 경우, 담당 선생님께 위의 얘기를 드려보세요. 담당 선생님께 문자를 드릴 수 있다면 다음 두 개의 링크를 전달해드려보세요.

해당 논문 링크 : http://www.nature.com/nm/journal/v22/n3/full/nm.4039.html
과학잡지 기사 링크 :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6/02/160201085349.htm

신지식에 대해서 열린 마음을 가진 의사샘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제왕절개를 할 때 질세균 전달을 해주는 산부인과가 점점 늘어나게 될 겁니다.

자, 또 중요한 것. 엄마의 질에 건강한 유산균이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엄마 질에 있는 유산균은 장에서부터 이사를 오기 된 거랍니다. 그러므로 임신 중에는 더더욱 섬유질이 풍부한 곡식과 채소를 잘 챙겨드세요. 아이에게 좋은 유산균을 선물해주려면. 좋은 유산균 제제를 챙겨먹는 것도 좋고요.

코알라 똥 얘기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시리즈, 흥미로우신가요? 얘기가 끝나지 않았어요.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게 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앞으로 몇 가지 더 해드릴 얘기가 있으니 계속 귀기울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