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할 때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비밀스런 선물?

출산할 때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비밀스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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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아기 코알라는 출생후 6개월 쯤 엄마의 배주머니에서 나올 준비를 하면서 엄마의 똥을 먹습니다. 코알라가 왜 그러는지는 지난 번 글을 통해서 말씀드렸지요. 먹이를 소화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장내 미생물을 자신의 장에 이주시키기 위함입니다. 엄마 코알라의 똥은 그저 똥이 아니라 유익한 세균 친구들이 가득한 이유식입니다.

사람의 장에도 세균이 꼭 필요하답니다. 사람의 소화효소는 모든 음식과 영양소를 다 소화시키지는 못하기에 소화과정의 마무리를 담당하는 작은 생물들이 필요해요. 물론 사람 자신이 생물학적으로 진화하며 그 능력을 갖출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능력이 뛰어난 세균들이 생태계 내에 존재하므로, 그 존재를 몸 안에 들여서 외주를 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었습니다. 그게 공생(共生)이지요. 그래서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세균 친구들과 더불어 살아왔답니다.

그런데 엄마 자궁 속에서 자라나던 아이는 아직 자신의 장 속에 세균을 들이지 못합니다. 엄마가 탯줄을 통해서 모든 영양을 공급해줬으니 사실 들일 필요도 없었죠. 그러나 이 세상에 나와서 젖을 먹으며 살려면 이제 아이의 장 속에서 아이를 도울 세균 친구가 꼭 필요합니다.

엄마 코알라는 아기 코알라에게 이유식으로 장내세균이 풍부한 대변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럼 사람 엄마는 자신의 아이에게 어떻게 세균 친구들을 줄 수 있을까요? 여기 놀라운 비밀이 있습니다.

자궁에 있던 아기가 이 세상에 나올 때 질을 통과하면서 나옵니다.

childbirth-vaginal

질을 통과하면서 아이의 입, 얼굴, 피부는 질 내에 있던 세균들과 접촉하게 됩니다. 자신과 다른 종류의 생물인 세균과 처음으로 접촉하는 순간, 최초 접종의 순간이 바로 출산입니다. 공기를 접하기도 전에 세균 친구들과 먼저 만나는 거랍니다.

여성의 질내에는 특이하게도 유산균(락토바실러스)이 존재하며 분만 때가 다가오면 더 많은 유산균들이 질내에서 증식하게 됩니다.

유산균은 유당(젖당, lactose)을 먹는 막대기 모양의 세균(bacillus)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유산균(lactobacillus)입니다.

유산균2

아기는 엄마의 산도를 빠져나오면서 질에 있는 유산균을 묻히게 되며, 그 과정을 통해 아기의 장속으로 들어간 유산균은 이제부터 새로운 삶의 터전을 얻게 됩니다. 아기는 오직 엄마의 젖만 먹게 되는데, 그 젖에 있는 탄수화물은 바로 유당(젖당)입니다. 유산균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

엄마는 아이가 젖을 잘 소화시킬 수 있도록 아이에게 자신의 질 속에 살던 유산균을 선물로 주게 된 것이랍니다.

birth

자, 다시 아래 그림을 보세요. 분만의 과정에서 아이의 입은 엄마의 항문 쪽을 보게 됩니다. 분만을 위해 힘을 주다보면 엄마의 대변이 찔끔 나오기도 합니다. 이게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좋은 일일수 있어요. 물론 이때 엄마의 대변에 좋은 유익균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기가 좋은 세균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설령 대변이 안나오더라도 엄마의 항문 주변에는 세균이 늘 잔재합니다. 그게 아이에게 묻게 되지요. 어떤 산부인과에서는 분만 전에 관장시키고 하는 곳도 있는데요, 이것이 좋은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첫 아이 낳을 때 그랬었다고 제 아내가 그러네요.)

childbirth-vaginal

분만의 과정은 그저 분만이 아니라 아이에게 세균 친구들을 만나게 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셨지요?

그러므로 분만을 앞둔 엄마들이 정말 명심해야 하네요. 아이에게 좋은 유산균을 충분히 선물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몸 안에, 장 안에, 특히 질 내에 좋은 유산균이 많이 살 수 있도록 바른 식생활을 해야 합니다.

  • 섬유질이 풍부한 채식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 설탕류가 과도하게 들어 있는 음식은 적게 먹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육식을 과하게 하지 않도록 신경쓰세요.
  • 항생제를 주의해야 합니다.
  • 좋은 프로바이오틱스를 챙겨먹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엄마의 질 내에 존재하던 유산균 친구들은 평소에는 여성의 질내에서 젖산(유산)을 분비하면서 다른 잡균이나 곰팡이가 과증식하지 못하도록 해줍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진정으로 고대하는 것은 언젠가 질내를 탈출하여 다른 생명체로 옮겨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우주로 건너가 거기서 쏟아지는 젖당을 충분히 먹고 사는 것, 그것을 꿈꿔왔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것이 유산균들이 여성의 질내에 존재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이어서 좀 더 해드리고 싶은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우선 스스로 생각해보시고, 제 다음 얘기를 기다려주세요.

혹시라도 제왕절개로 분만하신 분들이 이 글을 읽고 불편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다 압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다음에 출산하시거나 혹은 딸들이 출산할 때 꼭 생각해보시라는 취지랍니다. 모든 엄마는 위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