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를 별로 안하면 착상에 불리한 이유는?

부부관계를 별로 안하면 착상에 불리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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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임신이 잘 안되는 부부들 중에 간혹 섹스리스(sexless) 부부가 있습니다. 그래도 임신은 원하고, 그런데 부부관계는 갖기 싫기에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을 시도하지만, 그렇게 해도 임신이 안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어쩌면 여성의 몸이 남성의 정자에 대해 면역반응을 일으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남편은 생물학적으로 ‘자기’가 아니라 ‘남’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남편의 정자라 할지라도 아내에게는 그것이 ‘침입자’입니다. 이 침입자를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냐를 아내의 면역체계가 판단합니다.

우리 몸은 생소한 침입자에 대해서는 면역체계를 발동시켜 그것을 없애는 기전이 있습니다. 백혈구가 그런 역할을 맡아서 하지요. 정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부부가 되어 종종 부부관계를 가지면서 남편의 정자에 차츰 노출되다보면 아내의 몸은 남편의 정자에 점점 익숙해지고, 받아들이게 되고, 공격하지 않게 됩니다. 정자에 대한 관용을 갖는 것, 이것을 ‘면역관용’이라고 합니다. 아내의 몸이 남편에 정자에 대해서 ‘면역관용’을 해줘야 임신이 성립되는 것이랍니다.

정말 섹스의 횟수와 면역세포의 활동과 연관이 있는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내용이 있습니다. 논문의 제목을 한글로 대략 쉽게 번역하면 “성생활은 생리주기 중 보조T세포1과 2의 사이토카인 비율을 바꾼다”입니다.

sexual activity

위 연구는 지난 4개월 동안 성생활을 하지 않은 여성 16명과 적어도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파트너와 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생활을 하는 여성 14명을 비교해본 연구였습니다. 연구결과, 성생활을 안하는 여성과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여성의 면역반응이 달랐습니다.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여성은 착상이 이루어지는 황체기에 1형 보조T세포(Th1)이 뿜는 사이토카인(IFN-γ)의 양이 줄고, 대신 2형 보조T세포(Th2)가 뿜어내는 사이토카인(IL-4)의 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정자나 배아를 침입자로 여기지 않겠다, 공격하지 않겠다, 배아가 착상이 되도록 돕겠다는 뜻이랍니다.

thratio

사이토카인이란 면역세포가 뿜어내는 물질을 말합니다. 1형 보조T세포(Th1)가 뿜어내는 사이토카인인 인터페론감마(INF-γ)는 침입자를 공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황체기(착상기)가 되면 줄어들어야 배아가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여성들은 황체기에 인터페론감마가 줄어드는 반면, 성생활을 하지 않는 여성들은 인터페론감마가 별로 줄지 않았습니다. 이는 정자가 여성의 면역세포인 Th1에 의해 공격 당하기 쉽다는 말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성생활을 활발히 하는 여성들은 성생활을 안하는 여성들보다 황체기에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이 더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은 착상을 돕고 몸을 따듯하게 하는 호르몬이랍니다.

sexual pro

자, 그럼 정리해볼께요.
성생활을 안하는 여성은 남편의 정자와 그걸로 만들어진 배아를 침입자로 여기게 될 가능성이 있고,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의 분비능력도 약화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성생활을 자주 할 수록 아내의 면역계통은 남편의 정자와 배아를 더 친근히 여겨 쓸 데 없는 공격을 안하게 되며, 황체호르몬(프로게스테론) 분비도 더 잘 되어 착상에 유리한 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꼭 배란시기에만 하려고 하지 마시고, 생리 끝나고 나면 배란 때까지 이틀에 한 번 정도씩 열심히 사랑을 나누세요.

그렇다면 착상시기에도 부부관계를 자주 갖는 것이 좋을까요? 여기에 대해서도 좀 알려드릴 것이 있어요. 그것에 대해서는 또다른 글에서 조만간 알려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