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란? 나의 분비물은 정상적 것인가, 비정상적인 것인가?

냉이란? 나의 분비물은 정상적 것인가, 비정상적인 것인가?

조회수 89,252

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성의 질을 통해서 나오는 분비물을 ‘냉’이라고 표현해왔습니다. 사실 ‘냉’이라는 표현은 의학용어가 아니에요. 한의학 문헌에서도 여성의 질 분비물을 ‘냉’이라고 일컫지는 않고요, 다만 여성의 비정상적인 질 분비물을 대하(帶下)라고 표현해왔답니다.

즉 ‘냉’이 나온다는 표현은 민간에서 사용해온 말인데, 아마도 몸이 ‘냉(冷)한’ 여성들이 질 분비물이 더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그렇게 표현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몸이 ‘냉(冷)해서’ 냉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는 마세요.

여성의 질 분비물은 정상적으로 세 군데에서 나옵니다.

첫째, 질 점막에서. 인체의 모든 점막은 점액(분비물)으로 덮혀있어 어느 정도 촉촉한 것이 정상입니다. 사람의 코 속이 늘 촉촉하듯이 여성의 질 속도 늘 촉촉하지요. 하지만 그 분비물은 바깥으로 흘러나오지 않고 그저 질 내부를 촉촉히 적시는 정도가 정상이랍니다.

둘째, 바르톨린선에서. 바르톨린선은 질 입구의 양쪽에 한 개씩 있는 완두콩 크기의 분비조직으로서 부부관계를 가질 때 질 입구 쪽으로 윤활유를 분비해주는 샘입니다. 겉에서 보이지는 않아요. 여성이 성적인 흥분을 느끼면 바로 이곳에서 질액을 내보내주지요. 만약 이 분비물이 잘 안나오면 관계를 가질 때 빡빡해서 아프게 된답니다.

bartholin

이름이 왜 바르톨린선이냐면 덴마크의 바르톨린(Bartholin)이라는 사람이 발견해서 그 사람 이름을 따서 붙인 거에요. 한편 남자도요, 성적 흥분을 느끼면 스르르 액체가 나온답니다. 최종적으로 사정하는 정액 말고요, 흥분되기 시작할 때 스르륵 나온답니다. 이때 나오는 액체를 쿠퍼액이라고 하고, 쿠퍼액을 분비하는 기관을 쿠퍼선이라고 하는데요, 그 역시 쿠퍼(Cowper)라는 사람이 발견한 거라서 그렇게 이름을 붙인 거에요.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 같은 기관이지요. 하여간 남자건 여자건 흥분하면 윤활유가 나와요. 여자는 바르톨린선에서, 남자는 쿠퍼선에서. 모두 지극히 정상적인 분비물입니다.

셋째, 자궁경부에서. 질 안쪽으로 들어가면 자궁이 있습니다. 자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2cm 정도의 터널을 자궁경부라고 하는데요, 이곳에서 분비물이 분비됩니다. 하지만 아무 때나 분비물이 나오지는 않고요, 배란 때가 다가오는 3~5일 전부터 나오다가 배란이 되고 나면 멈춥니다.

cm

이때 나오는 자궁경부의 점액은 배란과 연관이 있다고 하여 배란점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점액은 마치 날계란흰자와 같은 점성을 갖습니다. 맑은 코 같기도 하고요. 화장실에서 뒷정리를 하다보면 코 같은 것이 묻어나온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정상적인 배란점액이랍니다. 많이 나오는 때는 미끄덩거려요. 의자에 앉을 때 미끌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대요. 저는 한 번도 못느껴봤어요…

eggwhite

28일을 주기로 생리를 하는 여성이라면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열흘쯤 되었을 때부터 대략 5일간 나올 수 있습니다. 계란흰자와 같은 점성일 수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맑은 물처럼 나오기도 하고 유백색의 크림처럼 나오기도 합니다. 하여간 이 시기에 나오는 분비물은 염증이나 병적인 상황 때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배란과 연관된 정상적인 점액이니 결코 찜찜해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비정상적인 분비물은?

배란 때가 다가올 때쯤 계란흰자 같은 분비물이 나오는 것은 정상적이며, 생리 2-3일 전에도 그런 분비물이 약간 흘러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외의 기간에 분비물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양상을 띄는 분비물이 비정상적인 분비물입니다.

  • 배란 때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분비물이 많이 나와 패드나 라이너를 항상 사용하게 된다.
  • 분비물과 함께 가렵거나 쓰라리다.
  • 비지 같은 분비물이 묻어나온다(칸디다 질염).
  • 분비물에서 생선 비린내 같은 냄새가 난다(세균성 질염).
  • 녹색빛을 띈 황색의 분비물이 나오며 비린내도 난다(트리코모나스 질염).

자, 상황이 이렇다면 방치하지 마시고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합니다.

양약 항생제를 쓰는 것은 균이 일으키는 당장의 괴로운 증상을 해소하고 감염의 확산을 방지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광범위 항생제는 몸에 살고 있던 좋은 유산균들까지 같이 죽여 결국 재발을 부르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항생제 치료후에는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를 꼭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아래에 링크된 글 참고). 그리고 전문 한의사를 찾아 보다 근본적으로 몸의 면역력을 개선시키는 한약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좋습니다.

가렵지도 아프지도 않은데 평소 분비물이 너무 많아 고민인 여성

한의학에서 대하(帶下) 증상을 치료할 때는 허증(虛證)과 실증(實證)을 나누어 치료합니다. 세균, 곰팡이와 같은 미생물이 번성해서 생기는 대하 증상도 있지만 기운이 허약해져서 생기는 기허성(氣虛性) 대하도 있거든요.

가렵지도 쓰라리지도 않은데 분비물의 양이 많아 기저귀 차듯이 항상 패드를 해야 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항생제를 써도 낫지 않고요. 이 증상은 기본적으로 균 때문에 생겨난 증상이 아니므로 항생제를 써봐야 몸만 망가질 뿐입니다.

그저 대하 증상 한 가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의 전체적인 다른 증상들까지 분석해봐야 합니다. 만약 기가 허약해서 생기는 증상이라면 항생제 대신 몸에 특징에 맞게 기(氣)를 북돋아주는 한약을 쓰면 괴로운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부인과(여성의학) 전문 한의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