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과 호르몬제, 혹시 나의 칸디다 질염과 관계 있을까?

피임약과 호르몬제, 혹시 나의 칸디다 질염과 관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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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피임약을 먹는 여성들이 꽤 늘었습니다. TV 광고도 자주 보게 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날짜를 조정하라며 피임약을 권하는 TV 광고도 있더군요.

저는 좀 우려스럽습니다. 피임약은 부작용이 있거든요. 피임약 상자 안에 들어있는 안내지에 부작용 부분을 보시면 대략 100가지의 부작용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피임약에 들어가는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과는 분자구조가 약간 다른 합성 호르몬이랍니다. 자연스럽지 않아요.

여러 학술 논문에서 칸디다 질염을 일으키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경구피임약(=먹는 피임약)’을 들고 있습니다. 특히 합성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높은 피임약을 먹은 여성들이 칸디다 질염에 더 많이 걸렸다는 논문들이 국제학술지에 여럿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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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피임약 때문에 칸디다가 더 잘 생기는지는 논쟁거리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은 피임약의 종류가 다양하고, 복용 기간과 양이 다르고, 사람마다 몸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피임약이 어떤 약인지 생각해보면 연관성이 있어보입니다.

칸디다 곰팡이 질염은 주로 사춘기 이전 아이들이나 완경(폐경)이 된 중노년 여성은 잘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완경(폐경) 이후라도 여성호르몬제 약을 먹는 분들은 칸디다 질염에 걸리기도 합니다. 여성호르몬이 잘 나오는 20-40대에 즉 칸디다 질염이 잘 발생하며, 특히 26-30세의 여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로써 칸디다의 발생은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다는 강한 추측이 생겨납니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은 질 내벽의 상피세포에 당분(글리코겐)을 축적시키는 역할을 해요. 그러면 질 내에 살고 있는 유산균들이 그 당분을 발효시켜서 유산(젖산)을 만들어 질 내부를 pH 4.5 이하의 산성환경으로 만들어주거든요. 잡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유산균2

그런데 뭐든지 적당해야 합니다. 만약 필요 이상으로 여성호르몬이 과잉되면 질 내벽에 축적되는 당분의 양도 많아집니다. 그러면 칸디다 곰팡이들도 먹을 것이 많아져서 그 세력을 키우기에 좋은 조건이 된답니다. 즉 칸디다 질염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지는 거죠.

가임기의 여성들은 자연적으로 이미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피임약 혹은 호르몬제의 형태로 여성호르몬이 추가로 더 들어가면 여성호르몬 과잉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여성호르몬(에스트라디올)과는 살짝 다른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이라는 합성 호르몬이거든요. 아래 분자식을 보세요. 빨간 동그라미 친 부분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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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오는 피임약은 합성 에스트로겐의 함량이 20~35 마이크로그램으로서 과거 50 마이크로그램이 들어있던 피임약보다는 그 함량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피임약은 칸디다 질염을 유발하지 않는다고들 주장합니다.

어쩌다 한 달 피임약을 먹었다고 칸디다가 생기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만약 6개월, 1년 이상씩 장기간 계속해서 피임약을 먹는다면 여성호르몬 과잉 상태를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피임약을 자주 처방하는 의사나 피임약을 만든 제약회사는 피임약과 칸디다와의 상관성을 부인하고 싶겠지만 말입니다.

2007년 스칸디나비아 감염질환 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569명의 여자 환자들을 대상으로 피임방법에 따른 칸디다 곰팡이 발생율을 조사해본 결과 자궁내장치, 콘돔 등으로 피임했던 경우보다 경구피임약을 먹었던 경우 칸디다 발생율이 더 높았다고 합니다. 1995년 피임(contraception) 학회지에 발표된 “칸디다 질염에 미치는 경구피임약의 영향“이라는 논문에서도 경구피임약이 칸디다 재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결론짓고 있으며, 2013년 AIDS 학회지에 발표된 한 연구는 그간의 여러 논문들을 계통적으로 리뷰한 것으로서 경구 피임약이 칸디다 발생의 선행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그 연구결과를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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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피임약을 먹는다고 전부 다 칸디다 질염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어떤 여성들은 체질적으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많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우유, 유제품, 육식의 섭취가 많은 여성들은 간접적으로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과잉이 일어날 수도 있고, 그 결과 질 내부의 당대사에 영향을 끼쳐 칸디다가 과증식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얼마 전 어떤 여성분이 피임약을 머OO에서 마이OO로 바꿨더니 칸디다가 생겼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머OO은 에티닐에스트라디올 성분이 20 마이크로그램 들어있고, 마이OO는 30 마이크로그램이 들어있거든요. 물론 꼭 피임약 때문에 칸디다가 생겼다고 그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겠습니다. 마이OO, 미니OO, 야OO를 비롯한 대부분의 피임약의 부작용(이상반응) 기재사항에 질 칸디다증이 기재되어 있답니다.

칸디다를 일으키는 선행요인, 위험요인은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칸디다 질염이 자꾸 재발되고 있는 여성 중 자신이 그동안 피임약을 먹어왔었다면 피임약을 중단해보시기 바랍니다. 피임은 남자가 콘돔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기왕 피임약 얘기 나온 김에 한 마디 덧붙일께요. 피임약 중에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이 있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 있어요. 의사 처방이 꼭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꽤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드물지만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혈전증’을 일으킬 우려가 있거든요. 너무 쉽게 생각하고 몇 달, 몇 년씩 피임약 계속 먹으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보입니다. 생리통 때문에 피임약을 처방 받는 경우도 종종 있죠. 실제로 생리통을 피해보겠다고 야OO이라는 피임약을 2012년 2월에 처방 받아 복용한 뒤 다리 저림 및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다 두 달 뒤인 2012년 4월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약을 처방한 대학병원 의사의 과실치사 여부에 대한 신문기사가 났었어요.

설마 젊은 여자에게 이런 부작용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위험성은 이미 경고되어 있는 부작용입니다. 그걸 너무 쉽게 생각하고 문제 없으니 1년이고, 2년이고 먹어도 된다고 하는 태도에는 분명 경종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제게 찾아오는 환자분들 중에 1년 이상 피임약 처방 받아 먹었다는 분들이 정말 많거든요. 자, 피임약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SBS 보도 내용도 한 번 보세요.

제가 올리는 이재성의 여성동의보감 카카오스토리에 아래와 같은 댓글을 올리신 분도 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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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때문에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을 모르고 사는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설마 피임약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어요… 하여간 피임약을 대수롭지 않은 약으로 생각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