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였던 프랑스 할머니의 장수비결, 그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애연가였던 프랑스 할머니의 장수비결, 그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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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포두주를 마치 약 먹듯이 자주 마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적포도주, 즉 레드와인이 심장병 예방에 좋다는 말을 듣고서 말입니다. 와인이 과연 심장병을 예방할까요?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

이 말이 와인 업계에 날개를 달아주었죠. 1991년에 프랑스의 학자 세르쥬 르노라는 분이 미국 텔레비전에 출연하여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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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paradox)라는 말의 뜻은 “역설”입니다. 프랑스 사람들도 다른 서구 사람들만큼이나 육식 위주의 식사를 많이 하는데 역설적으로 심장병 발생율은 적었기에 프렌치 패러독스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세르쥬 르노 교수는 그 이유를 “와인”에서 찾았습니다. 그 생각의 흐름이 이랬겠지요.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서구인들에 비해 심장병 발병율이 낮다 → 프랑스 사람들은 와인을 규칙적으로 마신다 → 그러므로 와인이 심장병을 예방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교수님은 프랑스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보르도 지역 출신이고, 보르도 대학의 교수였습니다. 아마도 와인 애호가였을 겁니다. 어쩌면 프랑스의 와인 산업이 위기 속에 있었기 때문에 와인 산업을 진작하고 프랑스의 국익을 도모해야 하는 필요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민 교수가 “과학연구의 허와 실”이라는 강연에서 말하기를, 1990년경 프랑스 와인 산업이 판매부진을 겪고 있었고, 6억병의 재고가 생기고, 이에 따라 와인 생산 농가의 시위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프랑스 와인 생산자들이 이탈리아 와인을 판매하는 가게를 파괴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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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르노 교수가 말한 “프렌치 패러독스” 유행어는 프랑스 와인산업에 얼마나 큰 날개를 달아주었겠습니까.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와인 소비가 확 늘어났다고 합니다.

와인을 옹호하는 학자들은 와인에 “레스베라트롤”이라는 폴리페놀 성분이 항산화작용이 있고, 그것이 심장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2000년 즈음 와인의 심장병 예방효과가 바로 레스베라트롤 성분 때문이라는 것을 학계가 발표하자, 와인 업계는 그야말로 만세를 불렀겠지요.

와인 신화는 거짓인가

그런데요, 와인이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가설”입니다. 정말 그런지, 아닌지에 대해서 학계에서 계속 논란이 있다는 것을 꼭 알아두십시오. 와인의 유익성분이라고 하는 레스베라트롤이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리처드 셈바 교수 연구팀이 2014년 5월에 ‘미국의학협회저널 내과학'(JAMA Internal Medicine)에 레스베라트롤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1998년부터 2009년까지의 긴 시간 동안 프랑스가 아닌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 산지인 투스카니의 마을에 사는 주민 800여명을 대상으로, 거의 10년간 진행된 연구였습니다. 와인을 마시는 이 지역 사람들의 소변에서 레스베라트롤 수치를 측정하며 수명, 암, 심장병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것이죠.

셈바 교수는 이 연구에서 결론 짓기를 “와인의 레스베라트롤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즉, “와인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프렌치 패러독스는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미국심장협회(AHA) 역시 “와인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것은 증명된 바 없다”고 천명했습니다.

물론 그 폴리페놀 성분은 물론 좋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와인에는 그 좋은 것을 잡아 먹고도 남을 만큼의 나쁜 것이 들어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마십시오.

와인은 술이며, “알콜”이 들어 있습니다. 알콜의 위해성은 레스베라트롤의 유익을 잡아먹습니다. 알콜은 간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암을 유발합니다. 알콜은 분명 강력한 발암물질입니다. 알콜은 오늘날 일반인들 사이에서 가장 무시되고 있는 발암물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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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패러독스의 핵심적인 진실은?

그럼 프랑스 사람들이 와인을 규칙적으로 마시니 심장병이 적다는 말은 정말 쌩판 거짓말일까요? 설마? 저는 프랑스인의 와인은 와인 그 자체보다 와인을 마시는 문화에 핵심이 숨어있다고 생각됩니다.

프랑스인의 저녁 식사 시간은 긴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들은 허겁지겁 배터지게 먹지 않습니다. 양보다 맛을 느끼고,
양보다 모양을 느끼고, 멋진 테이블과 아름다운 식기까지 감상합니다. 식사의 중심은 음식이 아니라 마주 앉은 사람이며, 식사의 목적은 상대와의 교제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즐겁게 대화하며, 와인 한 잔만으로도 충분히 버팁니다. 색과 향까지 음미하면서. 와인을 마시지만 동시에 여유를 마십니다. 이렇게 여유있게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심장병에 덜 걸리는 사람들인 거죠. 프렌치 패러독스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와인이 아니라 “즐거움과 여유”가 핵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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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인의 음주 문화는 어떻습니까? 속상하고 억울할 때 쏘주 마시는 장면이 TV나 영화에 엄청 많이 나옵니다. 이거 한국 소주회사들이 부라보 외치는 장면들입니다. 쏘맥과 폭탄주로 원샷 때리는 문화, 취해야 하는 문화, 몸 사리지 않는 문화, 2차 3차 가는 문화… 술 때문에 바로 암 생기게 하는 문화입니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차 한 잔을 하며 휴식할 수 있는 여유, 즐거운 대화 상대를 만나 차건, 커피건, 술이건, 뭐든 한 잔 할 수 있는 즐거운 여유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심장병이 예방되는 핵심일 겁니다. 와인, 술, 차, 커피가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의 멈춤, 유쾌함, 여유가 예방하는 것입니다. 술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그러므로 와인이 심장병에 좋다고 약 먹듯이 의무감으로 와인 한 잔씩을 마시는 분이 있다면, 그것은 백해무익하며, 오히려 암을 부를 수도 있다는 새로운 역설을 새로 기억하셔야 합니다.

프랑스 할머니의 장수비결

프랑스 할머니 한 분을 소개해드릴께요. 공식기록이 있는 사람으로서 가장 오래 살았던 분은 프랑스의 잔느 깔망이라는 분입니다. 1875년부터 1997년까지 122세를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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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애연가였습니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담배를 즐겼지요. 프랑스 여성들이 담배 많이 피우더라구요. 그녀가 즐겼던 음식이 와인, 담배, 초콜렛, 그리고 올리브유라고 합니다. 그럼 이 네 가지를 즐기면 오래 사는 걸까요? 노노, 핵심은 그것이 아닙니다.

건강과 장수의 더 중요한 핵심은 무엇을 먹었는가보다 어떻게 살았는가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분은 뛰어난 유머감각이 있었고, 펜싱을 좋아했었고, 용기와 도전의식이 풍부했던 분이라고 전해집니다.

술이나 담배를 하더라도 웃으며, 감사하며, 삶을 긍정적으로 대하는 태도가 강력하다면 그것이 몸 안에 강력한 생명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괴로울 때는 술을 마시지 마시기 바랍니다. 즐거울 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랑과 우정을 느끼면서 와인이건, 뭐 건 한 잔 하면 그것이 우리의 건강을 망가뜨릴 정도로 해악을 끼치지는 못할 겁니다. 물론 적은 양으로요. 와인은 1잔, 소주는 석 잔, 맥주는 350cc 이 정도까지만요. 와인이건 막걸리건 술 그 자체가 건강에 좋은 것이 결코 아니니, 건강에 좋을 거라며 약 먹듯이 술 마시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겠습니다. 속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