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를 아들도 안 준다고 하는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부추를 아들도 안 준다고 하는 이유, 그것이 알고 싶다.

조회수 55,704

이재성

이재성

MBC 생방송오늘아침 패널(2014~2019), 한의학박사

부추는 아들도 안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대신 자기 서방님한테나 먹인다지요. 서방님을 위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효과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니, 결국 자신을 위함이라는 묘한 의도가 숨겨져 있어요. 이게 뭔 소리일까요?

부추가 남자들의 양기를 북돋아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여기서 말하는 양기(陽氣)가 도대체 뭘까요?

동양에서 음양(陰陽)은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데요, 음(陰)은 그늘, 양(陽)은 햇볕을 대표적으로 의미하지만, 그밖에도 상대적인 의미를 갖는 모든 면에 사용된답니다.

그래서 여자는 음, 남자는 양이라고 하기도 하구요. 식물은 음, 동물은 양, 동물 중에서도 조용한 채식동물은 음, 빠르고 강한 육식동물은 양 등등. 딱 정해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기운을 부르는 방식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안으로 푹 파인 것은 음, 밖으로 돌출되는 것은 양이라 표현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왜 여자를 음이라 칭하고, 남자를 양이라 칭하는지, 그 단서를 유추할 수 있겠지요? 거시기, 그거 생긴 것이 그렇잖아요.

부추에는 기양초(起陽草) 또는 장양초(壯陽草)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양기를 일으켜 세우는 풀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양기를 일으켜 세운다는 말은, 단도직입적으로 톡 까놓고 말하자면, 남자의 발기력을 끌어올려준다는 뜻입니다. 애둘러서 고급스럽게 표현한 거죠. 그럼 이제 부인이 왜 아들에게 부추를 주지 않고 남편한테 주는지 이해가 되지요?

부추

부추를 경상도 지역에서는 ‘정구지’라고 불러왔습니다. “정구지를 서울에서 부추라고 불러서 놀랐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반면 전라도 지역에서는 ‘솔’이라고 하고, 충청도에서는 ‘졸’이라고 하는 곳도 있더라구요.

정구지에 한자를 붙인 표현도 있는데요, 精久持라 하여 정력(精力)을 오래 지속시켜준다, 혹은 情久持라 하여 부부간의 정(情)을 오래 지속시켜준다고 뜻을 붙입니다. 이는 원래부터 있던 한자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냥 우리 말로 정구지라고 부르던 것을 음에 맞는 한자를 갖다 붙인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부추를 구채(韮菜)라고 하거든요. 정력이든, 부부의 정이든, 어쨌거나 부추가 그걸 오래 지속시키는 힘이 있으니 이런 한자도 갖다붙이게 된 것이지요.

이시진(李時珍)이라는 사람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이라는 책에 보면, 부추는 온신고정(溫腎固精)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온신(溫腎)이란 신장을 따듯하게 해준다는 말로, 여기서 말하는 신장은 생식능력을 일컫는 것이며, 이는 양기를 끌어올린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고정(固精)이란 해주고 정액이 쉽게 나가지 않도록 붙잡아준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부부관계를 가질 때 사정을 너무 일찍하는 남편들은 밑줄 쫙 치셔야 합니다. 부추는 참으로 신묘한 채소입니다.

327442

부추는 불가에서는 심지 않는 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가 나름이겠지만 전통적인 불가에서는 다섯가지 매운 채소라 하는 오신채는 심지도, 먹지도 않죠. 오신채(五辛菜)란 파, 마늘, 부추, 달래 그리고 흥거라는 식물을 일컫는 것인데, 다 냄새가 나는 채소라서 오훈채(五葷菜)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중에 흥거라는 식물은 우리나라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식물이래요. 저도 본 적이 없구요.

그런데 나머지 네 가지,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파, 마늘, 부추, 달래는 서로 친척지간입니다. 식물학적으로는 같은 과인 백합과, 같은 속인 파속에 속한답니다. 뿌리를 캐면 알뿌리가 있고, 땅위로는 비늘이 있는 밑둥에서 파란 잎이 올라오지요.

부추

이들 식물의 학명에는 모두 알리움(Allium)이라는 성이 붙습니다. 생긴 것, 냄새나는 것, 매운 맛이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어서 한 통속으로 묶은 것이죠.

불가에서 오신채를 금하는 이유는 “날로 먹으면 성이 나고, 익혀먹으면 음심(淫心)이 난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잡념을 버리고 수도하는 분들에게는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보통의 부부들이 생각하면 얼마나 기특한 효과입니까? 날로 먹으며 성을 내면 안되겠지만, 성내지 말고, 기분이 업(up)되는 정도 아니겠습니까.

부추를 많이 먹으면 남자가 일은 안하고 아내와 함께 방에서 사랑 나누느라 나올 생각을 안한다고 해서 ‘게으름뱅이 풀’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답니다.

자, 이쯤되면 열 일 제치고, 후다닥 부추 사와서 남편에게 먹이고 싶어지지 않나요?